항생제 내성 커지고 산성에도 안 죽어… 우주식민지 시대 새 건강기준 필요

미생물, 우주에선 더 강력해진다

2015년 11월 12일 17:07 | 최종편집 2015년 11월 13일 07:00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이달 2일로 지구 상공 약 400km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인류가 거주한 지 15주년이 됐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미국은 2030년 유인 화성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성까지 가는 데만 8개월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우주 공간과 같은 무중력 상태에서 미생물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인간이 우주에 오랫동안 머물 경우 우주선이나 실험 장비 등에 딸려 올라간 지구 미생물이 우주 탐사의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식중독이나 각종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 우주에서 식중독균 더 강해져
 

여름철 단골 식중독 원인균으로 꼽히는 대장균 O157은 우주에서 독성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석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팀은 무중력 상태로 만든 회전 체임버에 O157을 넣은 뒤 생리적 특성이 

어떻게 바뀌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무중력 상태에서 O157은 암피실린과 같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으며, 산성에서도 더 오래

살아남았다. 우리 몸에 유해균이 침입했을 때 1차 방어막 역할을 하는 위액이 산성인 만큼 우주에서 

미생물이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아진 셈이다. 또 무중력 상태에서는 대장균의 번식 속도가 1.5배가량 빨라졌고

크기는 1.8배 늘었다.
 

이민석 교수팀이 무중력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장비. - 고려대 이민석 교수 제공
이민석 교수팀이 무중력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장비. - 고려대 이민석 교수 제공

이 교수는 “열, 항생제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생물의 생존 능력이 더 강해지는데, 무중력 상태도 

미생물에게 일종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스트레스 저항 기작이 발현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 및 환경미생물학’에 실렸다.
 

또 다른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의 경우 무중력에서 독성이 최대 5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무중력 환경에서 키운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쥐의 

치사율이 일반 살모넬라균에 감염됐을 때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중력에서 자란 살모넬라균은 일반 살모넬라균의 5분의 1만으로도 쥐에게 치사량으로 작용했다.

 

● 지구 오면 미생물 번식력 달라져
 

지구와 우주에서 잘 번식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카스투리 벤카테스와란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팀은 ISS에서 채집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미생물의 

번식 능력이 지구에 오면 달라진다고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비옴(microbiome)’ 10월 27일자

에 발표했다.
 

ISS의 공기 필터와 청소기 먼지봉투에서 채취한 시료 속 미생물을 지구로 가져와 배양하자 미생물 

조성이 우주에서와 다르게 나타났다. 일부 미생물의 비율이 지구에 있을 때보다 100~300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 교수는 “미생물은 그람(Gram) 양성균과 음성균으로 나뉘는데, O157이나 살모넬라균 등 음성균의 경우

무중력 상태에서 더 강해지는 반면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리스테리아 같은 양성균은 별 차이가 없거나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미생물에 대한 상식이 우주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8672

http://news.donga.com/3/all/20151113/747587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