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먹어야 합니까? 중국산 원료가 미량이라도 첨가되지 않은 가공식품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요? 식품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된 건가요?” 지인들이 흥분해서 이같이 물어보지만

 

식품위생을 전공한다는 필자도 뭐라 시원하게 답할 수 없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중국발 ‘멜라민 파문’은 중국산 식품으로 점령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 또다시 공포로 엄습

 

해 왔다. 올해는 유난히도 이물 혼입이나 수입식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정점에 이르는 분위기다. 이 시점에

 

서 한 번은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관리기관의 수입식품 안전관리 강화 대책이 발표된 지 얼마나 되었

 

는가. 수입식품의 안전관리는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도대체 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문다.

현실을 직시하여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수입식품의 안전관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관리기관, 수입업자, 생산

 

자, 연구자, 소비자 모두가 하나 되어 예방적 시스템을 갖춰야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에 오염될 수 있는

 

화학적 유해물질이나 생물학적 유해미생물은 수도 없이 많다. 신종 유해물질이나 세균도 계속 생겨난다. 따라

 

서 수입식품의 검사, 검역을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절대적 식량 수입

 

의존 국가다. 가공식품의 원료 의존도는 80%를 넘으며, 우리나라보다 위생 수준이 취약한 국가에서 엄청난 양

 

이 수입되고 있다. 일례로 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600원 이하의 어린이 먹을거리(총 1008건)의 원산지를 확인

 

한 결과 38.2%가 외국산이었으며, 중국과 동남아 이외에도 남미, 북미, 유럽,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수입되고 있었다. 이들이 저가 제품임을 고려하면 유통구조 대비 이익이 산출될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연 식품 안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작금의 문제는 누구의 책임이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원산지표시제, 공조체제 미흡 등을

 

비롯하여 많은 문제점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유해정보의 수집·분석을 통한 효율적 관리대책을 표방했던 관리기

 

관의 늑장 대처는 지적될 만하다. 식품안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불거지는 법령 강화나 조직 개편도 진전되어

 

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 여야 대립, 관련 업계 로비 등에 의해 식품안전기본법의 통과에만 4년이나 걸렸다. 생

 

산자, 수입자, 판매자도 다시 한 번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큰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우

 

리 사회에 아직도 일부 존재하는 ‘안전불감증’이 사회적·국가적 파장을 야기할 수 있다. 안전기반을 위한 농식품

 

의 연구 파이도 더 커져야 한다. 국책, 산업체 연구 모두 생산기반 또는 제품의 개발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안전기반 연구는 도외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위생 및 식생활 습관 형성을 위해 체계적·지속적인 교육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학교 주변

 

어린이 먹을거리에 대한 갤럽의 연구조사 결과 학부모가 자녀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수준이 높을수록 불량식품

 

으로 인한 자녀의 식중독 사고 경험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작은 관심과 의식 전환이 우리 사회에서 불량식품을

 

근절하는 절대적인 힘이 될 수 있다.

식품 안전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다. 산·학·관·민이 하나 되어 예방적 선진 식품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되기를 기

 

대해 본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지금의 먹을거리 불안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이 도대체 언제까지 후진적인 식품 안전으로 허둥지둥해야 한단 말인가.

 

 

이민석 고려대 식품공학부 교수

 

세계일보 2008년 9월 30일